일을 통해 장애인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의림로변 의림사계곡 입구 아그네스복지재단 행복주식회사 장애인근로작업장이 바로 그곳이다.

◆장애인을 위한 일터= 지난 2010년 6월 문을 연 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복사용지를 생산해 관공서 등에 납품하고 있고 지난해부터는 ‘행복韓 김치’를 담가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장애인에게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 사회복지법인으로서는 드물게 생산공장을 등록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아 생산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설비시스템을 구축했다는데서 설립자의 따뜻한 배려가 묻어난다. 또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영역의 수요에 맞춰 생산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이 회사는 복사용지 생산부, 광고인쇄생산부, 기숙사 등을 갖추고 있으면서 중증장애인생산품시설, 경남예비사회적기업 지정, ISO품질경영시스템 인증과 ISO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복사용지는 장애인생산품 판매시설 ‘나누미’를 통해 90% 이상 도청, 시청 등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있다. 경남은행은 지난 2012년 6월 아그네스복지재단 행복주식회사와 ‘장애인 연계고용 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450~500상자 1000만 원 정도를 구입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1년 전에 장애인이 일하기 쉽게 노동력 투입을 최소화하는 자동설비의 김치공장을 신축해 지난 2월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으며, ‘학교급식 조달시스템’ 등 학교급식 요건도 충족시켰다.

◆한 기업인의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 쾌척= 창원시 진북에 장애인이 행복한 일터가 만들어진 것은 서울에서 기업을 하던 한 기업가의 불행이 씨앗이 됐다.

(주)아그네스수산과 (주)현진제업을 설립한 박희웅(71) 대표이사는 1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음 문턱까지 갔다 회복됐지만 후유증으로 우반신이 마비되는 장애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이 일로 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장애인을 돕기 위해 뭘 할까 고민하다 현재와 같은 복지사업을 위해 2007년 9월 사회복지법인 아그네스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지인인 곽준석 신부(행복주식회사 상무)에게 일을 맡겨 2010년 6월 행복주식회사를 출범시켰다.

전원주택지로 뜨고 있는 이곳에 장애인시설이 들어선다고 하자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곽 신부는 끊임없이 주민들을 설득하고 숙원사업을 들어준 뒤 민원과 환경 문제 등을 해결했다.

◆장애인 근로자 반응= 행복주식회사에는 장애인 3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자동화된 설비와 기숙사 등 편의시설도 다른 어떤 작업장보다 소속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김치속넣기 작업을 담당하는 김대하(44·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동·청각2급) 씨는 “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장애라는 이유 때문에 받아주는 곳이 없었는데 그런 저를 행복주식회사가 받아주었다”며 “1년에 2번 직원들과 워크숍도 갔다오며 재미있게 회사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납품과 배송을 하는 조지홍(34·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지체4급) 씨는 “사고로 장애가 되면서 세상이 끝났다는 절망감 속에서 방황할 때 이 회사를 알게 됐다”며 “좋은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월급을 받으면서 부모님께 용돈도 드릴 수 있고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게 돼 매우 고맙다”고 전했다.

정신장애인(3급)인 정모(34) 씨는 2012년 8월 입사한 이후 정기적인 상담과 직업적응훈련 및 직무능력향상훈련을 통해 장애가 많이 개선됐다. 처음에는 다른 직원들과 관계형성의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금은 관계형성이 자유로워졌으며 혼자 있는 시간보다는 다른 직원들과 어울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생산·판매 이어 구매서도 일자리 창출 시도= 행복주식회사는 생산과 판매영역에 이어 구매쪽에서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이다.

이를 위해 배추밭을 경작하는 등 김치 원·부자재를 직접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행복주식회사 곽준석 상임이사는 “장애인들이 일하고 돈을 버니까 그 돈으로 집안도 돕고, 자기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복사용지와 김치공장이 순조롭게 가동되고 있어 내년 말에는 현재 30여 명에서 45명으로 고용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도 위생적으로 뛰어난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수익이 나면 재투자하고 고용을 확대하겠다”며 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당당한 근로자들이 최신 설비로 좋은 품질, 착한 가격으로 더불어사는 사회를 만드는 행복한 일터를 보면서 함께 웃는 행복한 세상이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임민숙 대표